거실 한켠, 무심히 틀어진 티비에서
올여름 예보가 흘러나옵니다.
예년보다 더 덥고 비도 많이 온다고 해요.
어쩐지, 여느 때보다 쉽지 않은 계절이
우릴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.
대단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축축 처지는 6월엔
이맘때만 누릴 수 있는 '여름 특식'이 필요해요.
살얼음 동동 띄운 소바,
상큼한 드레싱을 입은 채소 샐러드,
상상만으로도 몰려오던 더위가
조금은 잠잠해지는 기분이 들죠.
무더운 여름날에만 느낄 수 있는
그 생경한 맛들과 함께, 이 더위를 견뎌내 볼까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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녹차면 들기름 소바
시원한 멸치 육수에 쫄깃한 녹차 메밀면,
그 위로 아삭한 백김치와 고소한 들기름까지.
각얼음 동동 띄워 한 입 먹으면
등줄기로 흐르던 땀도 잠잠해집니다.
새콤한 묵은지가 집 나간 입맛을 마중하고
녹진한 들기름이 코끝을 가득 채우니
몰려오던 더위도 슬그머니 물러서는 맛이에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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잠봉 사과 샐러드
무더운 여름에는 요리하는 게 참 곤혹스러워요.
불 앞에 서 있는 건 엄두도 안 나고,
재료를 손질하는 과정조차 번거롭게 느껴지죠.
그럴 땐, 그냥 바로 먹을 수 있는
여름맛 샐러드가 좋겠습니다.
얇게 썬 잠봉 햄과 아삭한 사과,
새콤한 올리브와 고소한 너트류를 담고,
그라나 파다노 치즈 드레싱으로 버무려 주세요.
뚝딱 차려낸 상큼한 여름 샐러드 한 접시에
막막했던 더위가 한결 가뿐해집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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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당 옥수수 샐러드
해가 가장 높이 뜨는 오후,
초당 옥수수가 무거운 알을 머금고 고개를 숙입니다.
제철을 알리는 여름의 풍경이에요.
그 햇살의 단맛을 고스란히 간직한 초당 옥수수를
샐러드 한 접시에 옮겨 담았어요.
여기에 당근라페와 리코타 치즈를 더하고,
옥수수 드레싱으로 상큼하게 마무리했죠.
제철에만 만날 수 있는 이 맛으로
기나긴 여름을 또 한 번 버텨 보아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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메밀 소바
무얼 먹어도 더운 기운이 턱끝까지 밀려올 때,
자꾸만 생각나는 건 시원한 소바 한 그릇입니다.
몸이 서늘해지는 탱글한 메밀면에
진하게 숙성된 소바 육수를 붓고,
와사비와 쪽파를 살짝 풀어 먹으면
입안 가득 청량함이 퍼지죠.
살얼음 동동 뜬 소바 한 접시를
가장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지금,
이 여름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.